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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는 저세상(?)에 다녀왔습니다 (Feat. 몰입)

huckleberryfinn 2025. 1. 17. 17:33

때는 2000년대 말, 해외에서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 

 

해외에서의 직장생활이라는게 그렇듯이 외로움과 지루함에 지쳐갈 때 즈음 학창시절 한학기 동안 배우기도 했고 또 같이 일하시던 동료분께서 숙소 가까운 곳에 18홀 코스의 골프장에서 저렴하게 골프를 칠 수 있다고 하셔서 골프를 시작 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  

 

그 때 일과를 간략하게 말씀 드리면

10시-11시정도에 취침해서 오전4시30분 기상

2-30분 정도 차를 몰고 국경을 넘어 골프장에 도착 

5시30분에서7시30분까지 전반9홀 플레이 

다시 숙소 복귀 후 샤워 및 간단한 아침식사 후 출근 

업무 시간에도 동료분과 눈 마주 치면 골프이야기 

17시30분-18시 퇴근 후 옷 갈아입고 다시 골프장으로 이동 후 완전히 어두워져서 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플레이 

(그 지역은 여름에는 거의 8-9시 까지 해가 있었습니다)

다시 돌아와서 씻은 후 골프 동영상 보다가 취침 

 

이런 생활을 한달 이상 반복 하던 어느 날 이었습니다 

한낮이었으니까 아마 주말이었던 듯 합니다 1번홀 티샷을 치고 페어웨이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저세상으로 들어갔습니다

 

당시 골프장 1번홀 전경

 

진입

시간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듯 했고 발걸음 걸음이 사진을 찍는 것 처럼 선명하게 다가 왔습니다 

그 다음은 마치 이 세상에 내앞에 놓인 골프공과 나만 있는 느낌을 받고 스윙을 하면 홀컵 1미터 내에 붙는 것이었습니다 

그 때 저의 골프실력은 실력이랄 것도 없는 초보적인 수준 이었는데 평소 드라이버 거리가 150-60미터 수준 이었으면

그 순간에는 200미터 정도는 날린거 같았습니다 

 

이 상태는 3번홀이 지나고 세컨샷 오비가 나면서 깨어졌습니다 

 

당시 골프장 4번 홀 전경

완전한 몰입

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이지만 제 생애 그런 강렬한 경험은 처음 이었습니다

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합니다 

그 때와 비슷한 경험을 들자면 심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정도일까요

 

당시에는 몰랐지만 후에 그것이 몰입상태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 

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의 개념이 왜곡되는 상태 공부든 운동이든 그게 어떤 형태든 

건강하고 평온한 완전한 몰입 이런 몰입을 계속 경험하는게 어쩌면 인생의 비밀인 듯 합니다